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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반포 세화고등학교 앞에 8평짜리 자그마한 베트남쌀국수식당 하나가 문을 열었다. 간판에 붙은 매장명은 ‘포하이산420’.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회원들끼리 함께 한 공동창업의 산물이다.
공동창업을 해보겠다며 처음 나섰을때는 말도 많았다. 이정환, 김병한, 최정옥씨 등 3명의 공동대표가 처음 만난 곳은 네이버카페 ‘음식점창업식당차리기’(cafe.naver.com/foodshopopen)다. 이미 세 개의 음식점과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정환씨는 지난 2003년 말 이 카페를 만들었다. 음식점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회원이 늘어가면서 “창업을 하고는 싶은데, 돈도 많지 않고, 경험도 없어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비례해서 늘어갔다. 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던 이씨는 어느 날 갑자기 “그럼 적은 비용으로 내 가게도 차리고, 서로 의지도 될 수 있는 공동창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라고 제의했다. 그 결과가 바로 포하이산420 반포점이다.
총 투자금액은 9000만원. 1인당 3000만원씩 냈다. 인테리어업을 하던 이씨가 거의 실비로 인테리어를 한 덕분에 초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미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김병한씨가 매니저를 맡아 경영을 총책임지기로 했다. 이씨와 최씨는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고 의사결정만 함께 하면서 이익만 나눠갖는 구조에 합의했지만 직장인인 최씨는 주말에 나와 열심히 설거지를 함으로써 음으로 양으로 힘을 보탰다.
그리고 6개월. 현재 반포점 3명 공동대표는 직장인 월급 수준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정환씨는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에 깔고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매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아예 없애기 위해 처음부터 거액을 투자해 포스시스템을 완벽하게 깔았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무조건 믿으라는 식으로는 진정한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고 봤기에 이렇게 했다”라고 귀띔했다.
사실 이 같은 투명경영의 기반은 공동창업의 핵심이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소장은 “회계 및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중요한 운영 원칙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하며, 역할분담이 구체화 돼야 한다”는 말로 공동창업의 전제 조건을 설명했다.
■회계투명·역할분담 명확해야■
최근 창업가에서 공동창업이 단연 이슈다. ‘동업은 형제끼리도 안 하는 것’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속속 성공적인 공동창업 스토리가 들려온다. 최근의 공동창업 양상은 단순하게 ‘동업’이라는 말로 규정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전의 ‘그냥 같이 해보자’라는 주먹구구식 동업과 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물론, 주식투자처럼 창업에 투자하는 형식의 공동투자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외양도 크게 변화됐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조성엽, 황준규씨는 지난 5월 인천에서 화장실 리폼 및 건물청소업 ‘크리니트’ 인천 구월점을 함께 열었다. 창업비용은 똑같이 500만원씩 부담했다. 시작한지 넉 달째에 접어든 현재 인천점 월 매출액은 1500만원선. 두 사람의 일인당 수입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아직 수입이 많진 않지만 희망이 보여 만족한다는 두 사람은 “돈 없는 젊은이들이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 도우미를 쓰기보다 사장인 두 사람이 함께 일하니 훨씬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더라는 점 등에서 공동창업을 잘했다 싶다”고 얘기했다.
대표적인 ‘인력결합형’ 형태의 이같은 공동창업은 사실 공동창업 가운데서도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 주인의식을 가진 사장들이 고용 직원을 대신해 일을하는 구조로 고객만족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지가 그 만큼 높아서다.
이같은 사례는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김봉희씨는 다니던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후 대학동창 2명과 함께 2억원을 투자해 50평 크기의 삼겹살집 ‘큰들’ 수원매탄점을 열었는가 하면 함경주씨는 형·지인과 셋이서 1500만원씩 들여 포장이사서비스업(예스이사공사 서울 66팅)을 시작했다.
■투잡스 분위기도 공동창업 붐에 한 몫■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공동창업이 유효할까. 한마디로 내수 불황 때문이다.
계속되는 내수 불황으로 요즘 예비창업자들은 선뜻 창업을 결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자칫 가게를 열었다 망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공동창업은 ‘위험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불안감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내수 불황기에는 또 규모의 경제가 작동된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실제로는 소규모로 할수록 성공확률이 낮아진다. 반대로 대형가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규모로 투자하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5억~7억원대의 돈을 들여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은 그다지많지 않다. 예비창업자들이 공동창업에 눈을 돌리게 되는 또 한 번의 지점이 된다.
지난 4월 이규호씨는 다른 6명과 함께 숯불구이전문점 화로연 명동점 공동사장이 됐다. 고깃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A급 입지에 터를 잡는 것이 필수겠다고 생각했지만 엄청난 투자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이씨가 찾아낸 돌파구가 공동창업. 7명이 총 6억5000만원을 투자해 명동 요지에 실평수 120평짜리 매장을낼 수 있었다. 현재 명동점의 월 매출액은 1억5000만원 가량. 15% 지분을 갖고있는 이씨의 월 평균 수입은 400만원대에 달한다.
셋째, 투잡스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공동창업은 더욱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오정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언제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직장인들의 ‘투잡스족’에 대한 욕구는 상당하다. 그러나 말이 투잡이지, 직장인이 자기 일을 하면서 동시에 가게를 꾸려나가기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전업으로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시작하고, 대신 직장을 가진 공동창업자는 밤이나 주말에 와서 조금씩 도와주거나 아예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이익만 나누는 형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체험창업의 한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창업실패 확률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체험창업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직장인이 창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제한돼 있다. 자신의 가게가 있다면 보다 본격적으로 체험해보기 수월할 터. 따라서 테스트 차원에서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돼 체험을 해본 후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장사를 해보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공동창업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게 반드시 해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공동창업 후 장사가 잘 되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문제없지만, 자칫 장사가 잘 안될 경우엔 서로간에 불화가 생기고 이 때문에 결국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친구 3명과 함께 명동에 음식점을 차렸다는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창업비용을 아끼기 위해 약간 떨어지는 입지를 골랐는데, 이게 독이 돼서인지 매출이 잘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
“시작한지 두 달째, 직장 다닐 때 월급보다 못 하다는 이유로 친구 한 명이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 직장 괜히 그만뒀다고 푸념하기 시작했다. 이런 얘길 자꾸 듣다 보니 나머지 친구들도 자연스레 불안해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매출을 올릴까 고민하는 대신 후회하는 시간만 늘어가고 있다. 공동창업 후 잘안되면 더 불안해하고 부화뇌동하기 쉬운 것 같다”는 게 A씨 토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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