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모 중소기업 차장으로 근무 중인 임모(40ㆍ광주 동구 지산동) 씨는 이달 초부터 매우 바빠졌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의 학원비에 보태기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후 6시께 퇴근해 집에서 식사를 마치자 마자 다시 일을 시작하는 임씨는 새벽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몸이 쇳덩이처럼 무거워지지만 아이에게 좀 더 나은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곤함을 느낄 겨를도 없다.
임씨는 자신의 월급은 10여 년째 제자리인데 아이들의 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임씨의 아들에게 투자된 과외비는 과목당 2만8000원의 학습지 5개와 영어회화(8만원), 첼로(10만원)ㆍ피아노(6만원), 태권도(10만원) 등 모두 48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학습지가 과목당 2000원씩 오르고 첼로와 피아노 교습비는 각각 2만원씩 상승하면서 5만원이 더 소요됐다. 더욱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기초를 잘 닦아야 향후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주위의 이야기에 따라 최근 수학(25만원)과 영어(20만원)를 추가, 지난해에 비해 부담이 두 배 이상 늘게 됐다.
경제적인 부담 가중을 고려해 학습지 4개를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는 했지만 대신 논술을 시작해야 한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임 씨는 결국 '투잡(two job)-대리운전'을 선택했다.
임씨는 "급여의 절반이 아이의 학원비로 나가는 바람에 생활비 충당이 안돼 어쩔 수 없이 투잡을 결심하게 됐다"며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야간에는 주유소에서 일하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학원비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것은 중2ㆍ고2의 두 자녀를 둔 주부 정모(45ㆍ광주 서구 치평동) 씨도 마찬가지다.
인근 학원에서 그룹과외를 받는 고2 아들의 경우 지난해 국어ㆍ영어ㆍ수학 3과목에 40만원이 지출됐으나 올해부터 수학 보충수업이 추가되면서 60만원으로 늘었다. 중학교 2학년인 딸 역시 지난해 3과목에 20만원이 지출됐으나, 올해부터 논술을 추가해 30만원으로 10만원이 늘었다. 지난해 60만원 지출에서 올해는 90만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정씨는 "아이가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겠다고 해 부모로서는 시키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남편의 가벼운 질병이나 낡은 의류 등에는 비용지출을 엄두도 못낸 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처럼 신학기를 맞아 학원비가 인상되고 수강 과목이 늘면서 학부모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광주ㆍ전남통계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학원비 인상 움직임이 일면서 1월 대입학원비(종합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올랐다. 고입종합반학원비(9.6%), 피아노학원비(4.7%), 외국어학원비(5.2%), 취업학원비(4.9%) 등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흐름은 2월에도 이어져 가정학습지(8.3%), 피아노학원비(2.6%) 등이 1월에 비해 상승하기도 했다.
전남일보 김만선 기자 mskim@jnilbo@com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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