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지구촌은 소위 ‘카툰 전쟁’을 치렀다. 덴마크의 최대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이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마드를 풍자한 카툰(cartoon) 때문에, 중동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무슬림의 항의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폭력사태는 점점 커졌고 ‘기독교 대(對) 이슬람’이라는 ‘문명충돌’로까지 발전했다. 이처럼 카툰이 갖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꼭 시사 카툰이 아니더라도 생활 이야기를 담은 한 컷의 만화가 사람을 울리고 웃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적인 카투니스트(cartoonist)는 누구일까? 1세대로는 ‘서울 카툰’이라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동한 조관제, 김마정, 조항리, 이소풍 등이 있고, 공보혁, 오영, 김흥수 등이 1.5세대에 해당하며, 2세대로는 ‘카툰 펀치’라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동한 신명환, 김평현, 오성수, 심차섭, 강일구, 강태용 등이 있다.
요즘 멀티미디어를 잘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신세대 카투니스트들은 3세대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3세대 동호회로는 ‘엎퍼컷’ ‘배꼽툰’ 등이 있다. 엎어컷은 공주대 만화예술학부 졸업생을 중심으로 2년 전에 결성됐고, 회원은 박태성, 홍종현, 이영우, 김동범, 유재영 등 5명이다. 또 배꼽툰은 상명대 만화과 대학원생을 주축으로 2005년 9월 결성됐고 이대호, 이아미, 허영, 김주형, 박비나, 이병현, 송수미 등 7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배꼽툰을 만나봤다. ‘배꼽툰’이란 말은 크게 세 가지 뜻을 지닌다. 첫째는 몸의 중심인 배꼽처럼 카툰계의 중심이 되자는 뜻을 지녔다. 둘째는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는 카툰을 그리자는 뜻을 가졌다. 셋째는 배꼽이 태아와 산모의 연결 통로이듯이 작가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카툰을 그리자는 것이다. 상명대 만화학과 고경일 교수의 권유로 결성된 배꼽툰 회원 7명은 월 1회 정기모임을 갖는다. 이대호(29) 회장은 “정기모임 때 서로의 작품을 비평한다. 따라서 혼자만 만족하는 작품이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허영(35)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 공모전, 전시회 등 정보 교류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들의 작품활동 특징을 살펴보면 요즘의 신세대 카투니스트가 선배와는 어떻게 다른지 금방 알 수 있다. 첫째, 예전에는 100% 아날로그 수작업이었으나 요즘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둘째, 이들은 지면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활동한다. 심지어 휴대전화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는 ‘모바일툰’까지 있다.
셋째, 작업이 디지털화하다 보니 그림 하나를 여러 매체에 올리는 ‘원 소스 멀티유스’ 현상이 강해진다. 넷째, 인터넷 홈페이지 회의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는 시간도 갖는다. 메신저나 헤드세트(헤드폰과 마이크가 함께 부착된 것)를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것이다. 2005년 동아ㆍLG 국제만화페스티벌 카툰 부문 대상을 받은 이아미(25)씨는 “회의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좋다”면서 “앞으로 환경 문제를 담은 카툰을 더욱 많이 그리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작품 활동에는 국경도 없다. 김주형(28)씨는 “인터넷을 통해 언어가 다른 일본 작가와 카툰으로 대화를 나눈다”면서 “11월쯤 일본 작가와 ‘어깨 도모다치(‘어깨동무’와 ‘도모다치’의 합성어)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배꼽툰’ 고문을 맡고 있는 고경일 교수는 “한국의 고유 정신을 잘 살려 일본, 중국 작가 등과 교류하면 동양적인 작품세계라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한·중·일 교류전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카투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신문, 잡지 등에 연재를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입문 방법이었으나, 요즘에는 공모전, 인터넷, 카툰협회 가입, 관련학과 졸업 등을 통해서도 카투니스트가 될 수 있다. 2005년 12월에 설립된 카툰협회(회장 조관제)에 소속된 작가는 현재 45명이다. 또 만화 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이 전국에 40여개나 된다.
수입은 괜찮은 편일까? 그렇지 않다. 편당 3만5000원에서 50만원으로 작가마다 다르다. 따라서 대다수 카투니스트들이 생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카툰이 좋아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진 ‘투잡스’가 많다.
한국 카툰의 역사는 100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산업적인 통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참고로 한국의 만화산업 규모는 만화단행본 923억원, 일일만화 283억원, 만화잡지 36억원 등으로 구성된 1242억원(2005년 현재)이다.
공인된 프로 카투니스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카툰 공모전에서 입상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카툰 공모전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제적인 공모전은 100여개가 있는데 폴란드, 터키, 루마니아, 러시아, 벨기에, 독일, 일본, 대만 등에서 여는 콘테스트가 강세다. 1세대 카투니스트로는 사이로 작가가 1987년 일본 요미우리 국제만화전 특별상을 수상했고, 2세대 카투니스트인 강일구 작가가 1990년대 폴란드 샤트리콘, 대만 타이베이, 터키, 벨기에 등 세계 주요 공모전을 휩쓸었으며 최근에는 강태용 작가가 러시아, 터키, 일본 요미우리 등에서 수상했다. 또 3세대 카투니스트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배꼽툰의 박비나 작가가 폴란드 국제 카툰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공모전으로는 동아·LG 만화페스티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전국 창작만화 페스티벌, 대전국제만화전 등 10여개가 있다.
카툰협회 작가들의 전시 기획을 맡고 있는 조희윤(31) 카툰피아 대표는 “개인적인 카툰 작업도 더욱 활발해져야 하겠지만 공공미술 프로젝트 차원에서의 카툰 작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카툰을 어린이, 학생 교육과 연계하는 방안도 실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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