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바람은 배구장에도 휘몰아쳤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2006 도하아시안게임 8강에서
우승후보 일본을 3-0으로 격파하는가 하면 주최국 카타르도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1-3으로 졌지만
첫 세트를 먼저 따냈다. 한 수 아래로만 여겼던 중동 배구의 저력은 대단했다.
아시아 배구 3강 한ㆍ중ㆍ일을 놀라게 한 건 실력뿐 아니라 선수들의 직업이었다.
14일 새벽(한국시간) 한국과 맞선 카타르는 12명의 선수 가운데 9명이나 ‘투잡(two job)족’이었다.
배구가 직업인 프로 선수는 3명에 불과했다. 직업의 종류도 다양했다.
경찰부터 군인, 사무원, 대학생까지….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직장 퇴근 시간이 대부분 오후 4시다.
따라서 9명의 ‘투잡족’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녁에 클럽에 모여 하루 3시간 정도 훈련한다.
이런 이유로 중동 배구는 제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한국의 대학팀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동배구는 최근 ‘오일 달러’를 앞세워 아프리카 선수를 귀화 시킨 덕분에 실력이 부쩍 늘었다.
카타르 대표팀에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선수가 4명이나 된다.
한국을 괴롭혔던 206㎝의 장신 이브라힘 이브라힘도 아시안게임 홈페이지에는 카타르
출생으로 표시됐지만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김호철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본을 꺾은 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었다”면서
“중동 배구가 ‘텃세’ 없이 일본을 3-0으로 제압할 만큼 급성장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카타르도 마찬가지. 프로 선수 3명과 ‘투잡족’ 9명이 힘을 합친 카타르 배구팀의 저력에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배구계도 깜짝 놀랐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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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제공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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